여유하루

시부야 할아버지

멈추면안되지 2007. 5. 27. 22:28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바라기.


재영이가 시부야에서 맥주 한잔? 이란 말에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나갔다.
아 요즘들어서는 한국서 신촌 나오라는 것 귀찮아 안 나가듯

시부야 신주쿠는 가기가 싫다. -0-;
이 몸은 이미 다 적응되었다. 말만 적응 안 될 뿐이지.

그렇게 시부야에 가서 약간의 투정을 부리며 시부야를 돌고 돌았다.
생각보다 술집을 가자니 뭐하고 밥과 맥주를 함께 먹을 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간 곳이 오코노미야키집.
한국어메뉴도 가능하다는 안내문도 써 있고.

일단, 신경 안 쓰고 들어갔다.
우리는 나름 일본인으로 보였는지 일본 메뉴만 주더구먼.

그렇게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를 하나씩 시켰다.
처음 먹는다는 재영이는 오코노미야키 만드는 것이 재밌는지.

좋아했다. 나도 역시 재밌었다.
누군가와 함께 가기만 했지 직접 가서 해보긴 처음이니.

아무튼 그렇게 나마비루 한잔씩과 부족해서 빈비루 하나 더 시켜
먹고 먹고 있는데

우리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혼자 드시고 계셨다.
그러다가 종업원 부르는데 지나쳐서 우리가 불러드렸더니.

아저씨가 좀 있다가 말을 걸었다.
여기 한국 사람 많은 것 같다. 종업원이 한국인들 같다. 등등..

그러고보니 종업원 부터 가게까지 한국스러웠다.
나름 추측하건데 교포분이 운영하거나 한국분이 하시는 것 같다.

그렇게 몇 마디 주고 받고 각자의 음식에 집중.
이번에는 아저씨가 경마에 대해 아느냐며 말을 거셨다.

(다행인게 시부야 오기 전에 외웠던 단어 중에 하나가 경마(競馬)였다. )
뭐 그렇게 겨우 하이. 하며 넘겼다 했는데

아저씨가 이번에는 경마 해 본 적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재밌는 얘기를 해주셨다.

아직 젊어서 안 한다고 하니 일본은 젊은 애들도 많이 한다면서
직접 핸드폰으로 접속 하는 방법까지 -0-

그리고 5년전 100만엔 있으셨는데 지금 600만엔 있으시다며
액수도 보여주셨다. -0-!!!!!

순간.....끌렸으나. 워낙 관심 없으니 패스.
그렇게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와 20분 정도 대화를 했나?

나도 재미있었다. 하나하나 또박도박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르신과 대화를 했다는 게 뿌듯할 뿐.

그리고 가장 뿌듯한 건.
아저씨가 나중에 우리 테이블 맥주 한 병 더 시켜주셨다는 것!

일본 어르신들은 혼자 드시는 분이 많다.
돈은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친구분들과 우루루 술 드시는 경우가

우리나라에 비해 적다. 그래서 그런지 말도 걸고 하면서
술도 주시고 한다. 적어도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바나 작은 이자카야에서 일하다 보면
종업원들에게 술도 한잔 주시고 많이 그런다.

음...암튼 즐거웠다.
그리고 뭐 암튼..일본에는 외로운 어르신들이 많다.

워낙 일만하며 바쁘게 살아온 분들이라...
그리고 진짜 우리나라처럼 술 먹자 나와라. 하는 관계는 일본에

거의 없는 듯.

반응형